BTS 그리고 뜨거운 한류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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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BTS에 관한 강의가 개설되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화제가 된 바 있다. 한국의 언론이 크게 보도했고 미국에서도 교민들 사이에 관심이 크게 일었었다. 내가 만났던 교민 가운데 이 강의 이야기를 직접 내게 물었던 분들도 있다. 지난해 봄 학기에 버클리대학에 개설되었던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 방탄소년단”(Next Generation Leaders: BTS)이라는 강좌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버클리대학은 매학기 다양한 강좌와 교육 프로그램을 폭넓게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디칼’(DECAL)이라는 약자로 흔히 표기하는 민주적 교육 프로그램’(Democratic Education at Cal)이다. 이 프로그램은 버클리대학 학생들이 직접 개설하고 스스로 참여하여 지식을 공유하는 열린 강좌이다. 물론 지도교수도 정해져 있지만 지도교수가 직접 강의를 이끌어가는 것은 아니다. 모든 과정을 학생들 스스로 설계하고 직접 운영한다. 강좌 내용과 관련되는 모든 자료들을 학생들이 모두 참여하여 조사하고 그 내용을 분담하여 보고하고 토론한다. 과목당 일정 기준에 의해 2학점을 자율적으로 부여하는데 A, B, C와 같은 평점을 하지는 않는다. 이와 같은 성격의 강좌가 매 학기 150 강좌 이상 운영되고 있으며 강좌마다 대개 30명 안팎의 학생들이 참가하고 있다.

버클리대학의 학생들이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라는 주제로 한국의 유명한 아이돌그룹 BTS를 연구 대상으로 삼아 직접 교과 내용을 설계하여 운영하였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고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것은 동년배의 미국 대학생들에게 BTS의 음악과 그 활동이 새로운 문화적 흐름의 어떤 징후로 읽혀지고 있음을 말한다. BTS의 음악은 이제 더 이상 하나의 기획사에 의해 잘 다듬어져 세상에 내놓은 문화상품이 아니다. 오히려 21세기 초반 세계 문화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뮤지션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음을 의미한다. BTS는 멋진 의상, 유명 음악인들이 만들어주는 자유로운 음악,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터득한 현란한 몸짓, 그리고 전 세계 같은 또래들이 보내주는 환호만으로 평가될 수 없는 새로운 음악인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가지게 된 셈이다.

전 세계의 젊은이들도 BTS의 음악에 열광한다. 이미 BTS의 뮤직 비디오 가운데 8억뷰를 돌파한 ‘DNA’가 유명하지만 불 타 오르네 (파이어)’ ‘페이크 러브’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보이 위드 러브)’ 등이 모두 6억뷰를 넘어선 바 있다. 최근에 공개한 마이크 드롭리믹스 뮤직비디오도 단 순간에 유튜브 조회 수 6억뷰를 기록했다고 한다. BTS의 뮤직비디오는 독특하고 강렬한 사운드를 바탕으로 그룹 전체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거기에 가미된 세련된 영상미가 매력을 발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빌보드의 각종 차트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BTS의 음악은 이제 21세기의 비틀즈로 세계의 음악팬들에게 각인되고 있다.

내가 미국에서 실감했던 것도 BTS의 인기이다. 미국의 대중적인 서점 체인인 반스 앤드 노블은 지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의 세일기간에 서점을 찾는 손님들을 잡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준비했다.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각종 캐릭터와 장난감들이 온통 매장 안을 장식하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서점 한복판에 만들어 놓은 특별 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BTS. ‘K-POP’이라는 붉은 글씨가 네온사인처럼 반짝이는 이 특별 코너에는 BTS 멤버들의 사진과 음반 그리고 각종 캐릭터가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장식되어 있다. 학교를 파한 뒤에 서점에 들른 이웃 고등학교 학생들이 줄을 지어 BTS의 특별 코너를 둘러싸고 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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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류에 대해서 좀더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그런 이야기라면 지난해 아카데미상을 휩쓴 기생충이 다시 생각난다. 나는 학생들과 함께 버클리대학 캠퍼스를 벗어나 도로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감상했다. 늦가을부터 상영되기 시작한 이 영화는 지금도 미국의 영화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이 북미 지역에서도 각종 영화상을 휩쓸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진가를 다시 확인해 볼 수 있다. 시카고 영화비평가협회로부터 작품상을 비롯하여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등 4개 부분을 받았고 최근 샌프란시스코 영화비평가협회로부터도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을 받기도 했다. 미국의 영화전문가들은 기생충이 높은 작품성을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중성까지 갖췄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평판과 인기에 힘입어 기생충은 미국의 대표적인 영화상인 골든글로브에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등 3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고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그리고 드디어 세계 영화의 꽃으로 주목받는 아카데미에서도 한국 영화로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감독상, 작품상을 받았다. K-드라마에 이어 이제 K-필름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K-뷰티라는 말도 생겨났다. 미국의 대형 약국 체인점인 CVS에 들어가면 입구에 설치된 ‘K-BEAUTY’ 특별 코너를 흔히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유행하며 널리 팔리고 있는 화장품류가 전시되어 있는데,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마스크 팩이다. K-푸드에도 관심이 크다. 웬만한 슈퍼마켓에는 한국에서 직수입되는 김치라면이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간다. 한때는 그 특유의 냄새와 맛 때문에 혐오 식품처럼 취급되었던 김치가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인들의 식탁에 오르게 된 것이다. 뉴욕이나 LA의 한인 타운에 자리하고 있는 한국식당에서 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메뉴는 순두부찌개, 돌솥비빔밥, 해장국 등이다. 매운 맛에 입맛을 들인 사람들이 떡볶이를 간식으로 즐기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이러한 특이한 문화현상은 한류의 확산이라는 말밖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어쩌면 이것은 전 세계에서 애용되고 있는 한국산 자동차와 각종 가전제품들의 인기와도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한국산 자동차를 타고 날마다 직장에 출근하는 미국 중산층 직장인의 집안을 보면 대개 거실 한복판에 한국산 대형 평판 텔레비전이 놓여 있다. 주방에 비치된 냉장고도 한국에서 수출한 고급 대형 냉장고가 비치되어 있고 세탁기기와 건조기도 모두 한국산이다. 손에는 한국산 휴대전화를 들고 다닌다. 미국인들의 일상에 그만큼 한국이 가까이 접근해 있으며, 다문화사회를 표방하고 있는 미국에서 한류가 그 나름의 중요한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TV드라마나 대중음악에서 시작된 대중문화의 해외 유통과 소비가 작은 한류의 출발이었다면, 이제는 음식이나 패션, 그리고 생활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같은 문화적 현상은 특정한 분야나 지역에 국한되어 나타나는 한때의 유행이 아니다. 전 지구적인 현상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 확산의 속도가 빠르고 그 폭과 영향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한류의 저변에 세계어로 자리잡은 한국어와 한글의 보급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자랑스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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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류는 코리안 웨이브(Korean Wave)라는 말로 통한다. 하지만 이 말보다는 K-팝이라는 말이 한류를 대표한다. 한국의 대중음악, TV드라마, 영화, 컴퓨터게임 등의 문화상품이 일본 중국 그리고 동남아 등지의 해외로 전파되어 널리 소비되는 현상은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초기에는 한류라는 특이한 문화 현상을 태평양 건너 동남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특수한 문화 소비 형태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어떤 교수는 아예 한류라는 말 자체를 부인하려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한류 현상은 전 세계에서 여기저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화상품의 가장 큰 소비시장을 거느리고 있는 미국에서도 한류가 하나의 거대한 문화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맥도널드 햄버거는 전 세계에서 팔린다. 스타박스 커피숍이 각국의 중요 도시에 늘어서 있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내는 영화가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미국의 팝 가수 비욘세의 노래에 세계의 젊은이들이 열광한다. 이런 일은 미국인들에게 너무도 당연하며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산 김치와 라면이 미국의 슈퍼마켓에 즐비하고 한국의 연안 바다에서 나오는 김이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맥주 안주로 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기이하고 새롭다. 더구나 팝의 본고장에서 K팝 그룹 BTS가 누리는 인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아무도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는 섣부르게 답을 내놓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BTS의 열기를 두고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지칭하는 한류현상이라고 말한다면 이제는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이른바 문화상품의 대중적 소비와 그 흐름을 놓고 볼 때 문화의 세계화라는 표현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세계 각국의 대중은 그들이 선호하는 대중음악으로 BTS의 뮤직비디오를 즐기며 모두 하나가 된 지구를 떠올릴 것이 분명하다. 유튜브라는 특이한 매체는 전 세계 젊은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BTS의 전신자(傳信者)로서의 자신들의 존재와 역할을 강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BTS를 하나의 잘 기획된 문화상품이라고 한다면 이 특이한 현상은 결국 세계화라는 물결에 의해 하나로 통합된 거대한 문화시장의 역동성을 그대로 말해주는 셈이다.

그렇지만 BTS는 일시적으로 소비되는 문화상품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러한 주장은 BTS의 등장과 그 역할과 대중적 인기를 경제 논리에 의해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말과 맥락을 같이한다. BTS를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본다면 BTS ‘신드롬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음악과 춤에 대한 열광적 환호는 금방 시들어버릴 수도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언제 어디서든지 다른 누군가에 의해 다시 되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BTS21세기 문화의 새로운 흐름 속에 음악적 정체성을 세워나가기 위해서는 자신들만이 앞장서서 추구하고 대중이 뒤에서 지지하며 따를 수 있는 새로운 음악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에 주력해야 한다. 비틀스가 자신들의 음악으로 20세기 중반 이후 세계의 청년문화를 주도했던 것처럼 BTS는 자기 음악에 집중하면서 자기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새로운 음악의 세계를 열어가야 한다. 전 지구상에서 BTS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윤리, 자신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예술과 미학에 자기 색깔의 음악의 옷을 입힐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대중의 인기는 허망하게 바로 사라진다. BTS가 잘 팔리는 문화상품으로 지금의 대중적 인기에 만족할 것인지 새로운 음악,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위대한 뮤지션으로 커나갈 것인지는 이제 BTS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Posted by 문학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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